컴퓨터 기술

일본어를 한글로 타자하면 더 빠르다는 주장

아아이디 2012. 9. 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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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입력  속도  이야기         
                                       
                                   임 종철  (한글 문화원)
 
    일본어의 컴퓨터 처리에 관한 김완섭님과 김동주님의 논쟁문이
전자게시판에 실려 있는 것을 읽고, 이 논쟁의 핵심과 똑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공부하는  분야에 스치는 곳이 있어서
아래와 같이 두 가지로 나눠 적어 봅니다.
 
    한 가지는 손으로 일본글자를 치는 경우에 어느 정도의
빠르기일까에 대해서이며, 다른 한 가지는 일본글을, 일본글자로 치는
것이 빠른가, 아니면 로마자로 치는 것이 빠른가에 대해서입니다.
 
    첫째로,  손으로 일본글자를 치는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이
빠르기를 말하기 위해 한글을 치는 속도와 비교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한글은 일본글자보다 두 배 빠르기로 친다는 기록이
있음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 기록은 두 차례의 한일 친선 맹인 타자
교환 경기 대회의 답안지에서 드러난 기록이며, 저는 이 두 차례
대회의 한국 선수단의 지도감독 겸, 공동 심사위원이었기 때문에 이
기록에 대해 소상하게 알고 있습니다.
 
    두 차례의 경기에서. 한국 맹인 타자 선수들은 한글 타자기로
한글을, 일본 맹인 타자 선수들은 가나 타자기로 가나를 치고,  스트록
수로 등위를 매겼기 때문에, 이 답안지는 문자 입력 속도의 표준으로
삼아도 아무런 흠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이 경기의 기록을
해석함에 있어서 두 가지의 변수 요인에 대한 의문이 들 것으로
생각해, 이 점부터 먼저 밝혀 놓겠습니다.
 
    의문이 들 수 있는 한 요인은, 한국 맹인 타자 선수는 연습을 많이
했으며, 일본 맹인 타자 선수는 연습을 적게 했기 때문에, 많은 차이가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는 이와
전혀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이유는, 일본은 한국보다 일찍부터 전국
맹인 타자 경기대회를 열어 왔으므로, 일본의 맹인 타자 수준이 더
높다는 자신감으로 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의문이  들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한국 맹인 타자 선수들은
소질이 있는 사람이 선수로, 일본 선수들은 소질이 없는 사람이 선수로
선발되었기 때문에, 많은 차이가 벌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2차 대회는 1차 대회의 6년 뒤에 열렸기 때문에 양측은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 있었으며, 또 일본은 우리보다
맹인의 등록 수도 많고, 그 위에 좋은 여건에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기간에 소질 있는 사람을 선발해 충분히 훈련을
시킬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에, 불리한 쪽은 도리어 한국
쪽이라 할 수 있습니다.
 
    1차 대회는 1972년에 우리 측이 서울에서 열었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스트록수로 계산하면 공평하다는 합의로 대회를 치뤄
보았더니 예상을 뒤엎고 한국이 일본의 거의 두 배의 기록으로
승리했습니다.
 
    2차 대회는 1978년에 일본측이 동경에서 열었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일본측이 단어 단위로 계산을 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해
왔으므로,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단어당 계산이면 한국측이 8대 5로
불리했습니다.  이유는 한글은 평균 8번을 쳐야 한 단어를 구성하는
데에 비해, 일본어는 5번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대회 결과는
한국측이 또 일방적으로 석권했습니다.
 
    동경 대회장에는 일본 맹인 관계 지도자나 가족들이 약 200명
정도가 관전을 했는데, 일본 맹인 타자 선수 5명이 분당 평균 400타
정도의 속도로 치는 소리를 듣고, 일반 관전자들은 빠르다는 생각으로
감탄의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
 
    일본 맹인 타자 선수가 치고 난 다음에, 한국 맹인 타자 선수
4명(1명은 유고로 출국 못했음)이 분당 평균 600타의 속도로 치니, 그
소리는 마치 기관 총알을 토해 내듯, 천정을 날려 버릴듯 울렸으므로
모두가 깜짝 놀라서 천정을 쳐다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어떻게 해서 이처럼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한마디로 대답하면, 한글이 우수한 글자란 것입니다.  한국
맹인 타자 선수는 99%를 논쉬프트로, 또 82%를 양손 교대로 찍을 수
있는 공병우 박사가 개발한 세벌식 글자판을 가지고 출전하여 놀라운
속도를 내며 한글의 진가와 한글 타자기의 과학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가나 타자기는 글자수도 많이 실어야
하기 때문에, 운지거리가 멀고 쉬프트율이 높아 소리가 중간중간에
끊임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대회의 답안 심사를 하면서, 일본은 문자상으로 이미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고, 또 그리 머지 아니해 우리에게
문화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이 대회는 일본
후생성(보건사회부)이 후원한 대회였으므로, 정부 고위 관리들도 많이
참석하였는데, 많은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본과
맞붙어 언제나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종목은 문자 기계의 입력 속도
이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보아도 별반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일본글을 일본글자로 입력하는 것이 빠른가. 로마자로
입력하는 것이 빠른가에 대해, 일본 교육공학협회 위원이며,
동경공업대학의 교수인 시미스씨는 1989년에 교육 워프로에 관한
조사연구 종합보고서" 에 "로마자 입력과 가나 입력의 장단점"이란
제목으로 비교 연구해 둔 논문이 있습니다.  이 논문에 따라,
총결론으로 한 마디로 말하면, 두 가지의 입력 속도는 아주 같다고
밝혀 놓았으며, 더 자세한 결론 부분을 그대로 옮겨 놓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국민학생처럼 로마자를 모르는 학생에게 로마자 입력을 가르치는
것은 무리이다.  또 워드프로세서를 연습하여 글쇠를 안보고치기를
연습한 사람에게는 로마자 입력이 쉽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워드프로세싱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가나 입력
방식이 빠르다.
 
    나아가서, 현재의 정보화 사회를 생각할 때에 어쨌든 컴퓨터를
아니 쓸 수 없기 때문에, 이 관점으로부터 본다면 로마자 입력을
익혀두는 것이 참으로 유리하다. 이유는, 일본의 기술이 더욱 발전해
독자적인 입력 글자판을 개발하여 모든 분야에서 이 글자판을 쓸 수
있으려면 먼 뒷날의 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역시
역사가 오랜 QWERTY 글자판을 모른 체 한다는 것은 지금의
형편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밖에 시미스 교수의 논문에 두 가지 글자판에 대한 구체적인
비교를 해놓은 것을 또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로,  로마자 입력의 장점으로는, 기억할 글쉬 수가 적고,
글자판을 보지않고치는 것이 비교적 쉽고, 영어도 곧 찍을 수 있고,
영어 교육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고, 컴퓨터도 곧 익힐 수 있고,
일본어에 나오는 알파벳을 치기가 편리하다고 들어 놓았습니다.
 
    둘째로, 가나 입력의 장점으로는, 한 글자를 한꺼번에 칠 수
있으므로 손질 수가 적고, 시간만  들이면 누구나 칠 수 있고, 한 번
손질로 한 글자를 바로 나오게 할 수 있다고 들어 놓았습니다.
 
    세째로, 로마자 입력의 단점으로는, 로마자를 배우지 아니한
사람은 칠 수 없고, 영어 단어를 치면 이상한 일본어로 입력될 수도
있고, 영어 교육에 나쁜 영향을 줄 위험도 있다고 들어 놓았습니다.
 
    넷째로, 가나 입력의 단점으로는 기억 글쇠수가 많고, 입력 글쇠를
찾는 데에 시간이 걸리며, 글자판을 보지않고 치기가 어렵고, 끼워
찍어야 하는 글자는 제 자리에 찍기가 어렵고, 운지 거리가 멀다라고
들어 놓았습니다.
 
    필자의 총 결론은. 일본은 문자의 입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비싼
문자 생산비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어서, 일본의 발전의 발목을 잡아
당기는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1994. 3. 14
 
 한글 문화원  서울 종로구 와룡동 95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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